오래전 특이한 게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를 사면서 판매하시던 분이 서비스라며 컴퓨터 안에 설치해주셨던 게임. 설명도 없이 칼 든 전사, 활든 궁수, 지팡이든 마법사. 셋 중에 골라 어둡고 음울한 무덤 같은 곳으로 들어가던 게임.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더해지는 재미와 음울한 배경음.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게임은 바로 디아블로 1. 이렇게 인연을 맺은 디아블로가 시리즈를 거듭하여 최근에 모바일 게임으로 변신해서 디아블로 이모탈 이란 이름으로 돌아왔습니다.
1. 역사
1995년 콘도르게임즈 라는 작은 게임사는 턴제 방식의 게임을 개발해 블리자드를 찾습니다. 흥미를 느낀 블리자드는 이것을 수정해 디아블로로 출시를 합니다. 그 과정에 블리자드는 콘도르 게임즈를 인수 합병해 우리가 잘 아는 블리자드노스를 설립합니다. 원래 디아블로는 턴제 방식으로 나오려 했습니다. 하지만 블리자드 본사는 턴제보다는 실시간으로 나오길 원했고 이에 반발한 블리자드노스는 실시간 이란 방식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보여주려고 약 세 시간 작업 끝에 실시간 디아블로를 선보였습니다. 이 결과물이 너무나 굉장해서 우리가 아는 디아블로로 나오게 됐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아마 턴제로 나왔다면 저도 이렇게 열광하며 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기존 rpg게임과 다른 온전히 장비 수집 및 전투 에만 집중하는 액션 성향의 게임은 많은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 시리즈
디아블로는 1996년 디아블로1을 출시한 뒤에 2000년 디아블로 2를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에 디아블로 2의 확장팩인 파괴의 군주를 연이어 출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디아블로는 개발 소식도 없이 그렇게 잊혀 가는듯했습니다. 2012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디아블로 3가 출시했습니다. 당시에 뉴스에도 나오고 왕십리에 엄청난 대기인원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디아블로 3은 이후에 2014년 영혼을 거두는 자. 2016년 강령술사의 귀환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모바일 버전인 디아블로 이모탈과 2023년 출시 예정인 디아블로 4까지 많은 시리즈가 있습니다.
3. 디아블로 이모탈
2018년 11월 블리즈컨에서 처음으로 모바일버전의 디아블로를 발표했습니다. 당시엔 저도 아주 부정적이었고 많은 팬들이 디아블로를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하는 것에 크게 반대를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블리자드 게임을 중국기업에 외주 제작한다는 것. 그리고 모바일 게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과금 정책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말 블리즈컨에서 엄청난 것이 나올 것이라는 디아블로 관련 개발자의 립서비스로 인한 배신감입니다. 내 과거 추억이 더럽혀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님폰없?' 이란 유명한 밈도 그때 탄생했습니다. 이모탈 발표 후 연일 계속되는 비난과 블리자드는 진땀을 흘렸고 이듬해 디아블로 4 제작을 발표하게 됩니다.
5. 디아블로 이모탈이 비난받는 이유
가. 외주제작
우리가 블리자드 게임을 좋아하고 믿고 기다리는 이유는 제작자들 스스로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재미가 없으면 출시를 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블리자드 게임 하면 믿고 구매하고 플레이를 합니다. 그런데 디아블로 이모탈은 외주제작을 합니다. 그것도 중국기업입니다. 어떤 의도인지 너무나 뻔히 보입니다. 그래서 이름만 디아블로라는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 나올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나. 과금정책
모바일 게임 대부분이 과금을 유도합니다. 그 유명한 리니지부터 흔히들 무료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방치 게임까지 과금을 유도합니다.
과금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디아블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바일로 편하게 하는 디아블로를 원한 게 아닙니다. 컴퓨터를 새로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전통적인 방식의 플레이를 원합니다. 그런 팬층의 요구가 묵살됐으니 모바일 과금 유도가 이뻐보일리가 없습니다.
6. 그럼에도 디아블로 이모탈의 장점
핸드폰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장점이 됩니다. 언제 어디서나 하고 싶은 만큼만 하고 또 다음에 시간이 나면 플레이하는 흔한 모바일 게임들 특징이 가장 큰 장점 이룰 수 있습니다.
사실 전 이런 내가 원하는 시간에 아무 곳에서나 핸드폰만 있으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여전히 제가 이모탈을 플레이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소소하게 배플 패스 정도만 결재하고 하루에 30분. 혹은 한 시간. 이렇게 잠깐잠깐식 즐기고 있습니다. 오히려 요즘 시대에 맞는 스타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7. 디아블로 이모탈의 영향
디아블로 이모탈이 성과를 낸다면 블리자드에선 계속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시 후 첫 달 매출이 600억이 넘는다는 뉴스는 앞으로 나올 여러 게임들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팬들의 우려를 아는지 디아블로 4는 절대로 모바일로 출시하지 않겠다는 제작사의 약속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모바일 요소도 함께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아 할 수 있는 시간보다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에서 볼일 보며, 출퇴근 때 전철 안에서 하는 시간이 더 많을 저에겐 그래서 디아블로 이모탈이 맞춤옷 같은 느낌입니다.
8. 마무리
말도 많은 디아블로 이모탈. 젊은 시절을 관통했던 디아블로. 그 디아블로를 이렇게 편하게 폰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과금 정책은 너무한 부분이 아주 많지만 현명한 소비자라면 잘 조절해서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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